어젯밤 꿈.


나는 계단을 올라 우리집 현관문을 열려 하고 있었다.


빅뱅의 탑이 우리집 대문 앞에서 눈으로 비웃음 같은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내가 문 열어줄까? 이런 식으로 시시껄렁한 얘길 했지만 살짝 무시하고 집에 들어가니 


집안에 여러 명이 있는데 좀 부산스럽기도 하고 분명 우리 가족은 아닌데 또 그다지 낯선 느낌도 아닌 풍경이었다.


엄마가 있고 유해진이 있고 탑도 있었던 것 같고 박해진같은 분위기의 젊은 훈남도 있고 뭐 그랬다.


엄마가 우리집에 큰 수조?어항에다가 우리가 먹을 수 있는 해산물?어패류?를 키우고 있었는데 유해진이 그 안에다 먹이랍시고 커다란 반건조도미같은 것들을 넣어둔 것이다. 그것도 한두 조각도 아니고 통째로 자꾸 더 넣고 있었다.


물이 흐려지고 있고 막상 엄마가 키우는 애들은 잘 먹지도 않는데.(자기보다 훨씬훨씬 큰 물고기의 시체를 맛있다고 먹는 것도 이해가 안되긴 했다. 꿈에서였지만.)


하지만 유해진은 자기가 전문가인 척, 세상의 섭리를 통달한 척, 자기가 터득한 진리를 기꺼이 제공하는 척, 조용하고 겸손하지만 알고보면 꽤 능력 있는 척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정말 능력자였긴 한가부다.


박해진 같은 분위기의 젊은 훈남이 의사가운을 입고 있는데 우리집에서 뭔가를 진단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유해진을 보더니 슬그머니 물어봤다.


***병원에서 수련하셨다면서요? 꽤 인정받으셨고 그 길로 가셨으면 지금쯤 굉장했을텐데 왜 다 놔두고 나오셨습니까?


이 말을 물어보는 의사가운을 입은 훈남은 사실 그다지 큰 병원의 잘 나가는 의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유해진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다.


그저 허당질 하는 놈팽이로 보였던 그가 약간 달라보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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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나는 남자친구가 나를 놔두고 집에 간다고 해서 조금 삐쳤다. 나랑 좀 있어줄 것이지 하다가 내가 오빠네 집으로 가게 됐다.


오빠는 다세대가 사는 건물 1층의 작은 방에 살고 있었는데, 창문을 보니 오빠가 있는 것 같았고 오빠는 자다 깨서 문을 열어줬다.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나는 오빠랑 방바닥에 널브러져 잠이 들었다. 한참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누가 온 것 같았다.


오빠가 일어나서 문을 열어줬고 등치가 큰 여자가 들어와서 오빠한테 따졌다. 나는 누워서 눈을 감은 채 얘길 들었다.


그 여자는 오빠가 나 몰래 만난 다른 여자였던 것 같다. 그 여자는 오빠네 집에 들락거리는 사이였고 나는 처음 오빠네 집에 온 것이다. 그런데 하필 그 여자가 내가 있는 오늘 들이닥친 것.


그 여자는 오빠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저 여자보다 못한 게 뭐야?라고 묻는 게 아니라 내가 저 여자보다 나은 게 뭐야?라고 물었다. 나를 왜 만나? 내가 저 여자보다 나은 게 뭐가 있어? 라며 다그쳤다.


오빠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천진난만하게 해맑게 내지는 뭔가 답을 맞추려고 애쓰는 투로 "음....가슴??"이렇게 대답했다.ㅋㅋㅋ


그 여자애가 덩치가 크다보니 나보다 확실히 글래머일 수 밖에 없지. 나는 오빠의 정직한 대답에 한편 수긍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오빠를 용서해선 안된다는 생각에 오빠를 차려고 마음 먹었다.


오빠네 집 옆에는 내 친구들이 살고 있었나보다. 놀라운 건 내가 국민학교 4학년 때 같은 반 부반장인가였던 이주연?얘가 살고 있었던 것. 


(현실에서 국민학교 이후 본 적이 없었고 그나마 중간에 아이러브스쿨 때 한두번 만났던 게 다인 친군데 의외다. 이주연과 조영석과 얽힌 에피소드가 있어서일까. 4분단 맨 앞자리가 나, 내 뒷자리가 이주연이었는데 중간고사였나 무슨 시험을 보는데 이주연이 등 뒤에서 날 부르더니 다 풀었냐고 하면서 답을 맞춰보자고 하고 서로 틀린 답을 적었을 때는 내가 고쳐 적기도 하고 걔도 고치기도 했나 그랬다. 채점을 하니 내가 98점인가 맞았는데 내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보면 수보다 우가 더 많았던 성적인걸보면 평소보다 점수가 너무 올랐을 거다. 그래서 조영석이 선생님한테 쟤네 짜고 했다고 아니면 내가 주연이 컨닝했다고 말했다. 선생님이 물어보자 내가 아니라고 억울하다고 컨닝하지 않았다고 한두문제만 고쳤을 뿐이라고 ㅋㅋㅋㅋ 근데 그게 짜고 한거고 컨닝인 거지 머;; 개념이 없었던 나다. ㅋㅋ)


주연이는 박사가 돼있었다. 원래 밝았던 머리색인데 단발머리에 펌을 해서 약간 삼각김밥 같은 머리로 노티가 좀 났다. 주연이도 하얀 박사 가운을 입고 있었다.


암튼 주연이랑 나랑 또 어떤 친구랑 셋이 의논을 했다. 내가 오빠를 차는 게 맞긴 한데 내가 마음이 좋지 않을테니 같이 여행을 떠나자고.


그래서 우리는 바닷가로 놀러갔다. 약간 이국적인 광경이었다. 시내에서 쇼핑을 하기도 하고 껄렁한 남자애들 셋과 어울려 놀기도 했다. 그리고 바닷가로 갔다.


바닷가에서 누가 우릴 성가시게 하고 파도가 우릴 덮치려고 했는데 로보캅 같은 무슨무슨맨 같은 로봇차림의 누군가 우릴 구해줬고 우리는 듬직한 그와 같이 안전한 곳으로 쉬러 왔다.


그 바닷가에 돗자리를 펴고 쉬고 있었다. 로봇차림의 누군가는 하정우였다. 머리는 크지만 키도 나름 큰 그다. 돗자리에 누워 있는데 하정우는 태양볕에 탄다며 모자로 얼굴을 덮고 좀 몸을 사렸다.


남자가 왜 그래? 좀 타면 어때서? 라고 얘기했는데 유해진(참바다씨)가 나타났다. 그들은 연인사이였나보다.


하정우는 유해진 앞에서 좀 내숭을 떨었고 유해진이 하정우 선크림을 발라주기도 하고 서로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여기까지밖에 기억이 안나네.


by 고탄수 2015. 4. 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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